-조지 기싱 우화에서
태초에 창조주께서 이 세상 만물을 지어내 놓자 크고 작은 물음과 부탁이 잇달았다.
그중에는 머리가 좋지 못한 당나귀도 끼어 있었다.
당나귀는 빈번히 제 이름을 잊어먹고 찾아왔다.
"또 깜빡 잊었습니다. 저의 이름을 뭐라고 하셨지요?"
"이 녀석아, 이번이 몇번째냐? 당나귀란 말이다. 당나귀!"
창조주는 당나귀의 두 귀를 조금 늘어지게 잡아당겼다.
"다음에도 네 이름을 잊어버리거든 귀를 생각해라.
나는 귀가 길다, 그러니 내 이름은 당나귀다 하고 말이야."
당나귀가 돌아가자 이번에는 벌을 에워싸고
여우와 오소리와 토끼가 징징거리면서 나타났다.
"침을 가진 벌을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.
조금만 뭐해도 침을 마구 쏘아대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."
"뭐라고? 그렇다면 벌의 침은 일회용이다.
침을 쏘아버리게 되면 생명도 끝나는 거야.
그러니 벌은 명심하거라.
네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침을 쓰도록 해야 할 것이야."
여우와 오소리와 토끼는 좋아서 박수를 쳤다.
그러나 벌은 앵하고 볼이 부어서 돌아갔다.